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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정보
수필 유월 벽지를 바르다
김숙녀
출간일 | 2021년 10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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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78-06-6 03810 |
페이지 | 192페이지 / 판형 138*220 |
가격 | 1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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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명
■작가소개
김숙녀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마음을 씻어내는 글쓰기가 좋다. 한편의 글로 한 부분을 씻어 내는 일은 참 매력적이다. 때가 뭉쳐진 곳을 씻기엔 수필 쓰기가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어설퍼서 가려움이 더해질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비누로 씻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18년 《수필미학》에 〈남체〉로 등단하여, 진주문인협회, 진주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thtsmsgolady@hanmail.net
■목차
머리말
동굴 안에서 _4
나
―
냄새의 자리 _15
미혹의 화살 _19
옹졸 주머니 _24
입춘 무렵, 그대에게 _28
페르소나 _33
하늬바람 _37
반란의 꽃 _41
파열 _45
임
―
거미 _53
점령군의 하루 _59
벽지를 바르다 _64
누가 가난을 두려워하는가? _71
디오니소스의 위로 _76
우물의 노래 _81
고향의 달 _86
줄
―
가을비 _93
밥상을 차린다 _96
옹이산 _99
울음 _103
늦은 저녁밥 _106
이른 봄 _110
찬란한 별 _114
합
―
영원한 길동무 _121
한정거장에서 _126
머리하는 남자 _132
자목련 노인 _137
룰루랄라 _141
작은 조약돌 _144
분홍빛 바람 _148
허
―
남체 _155
유월 _160
열매 _165
틈 _168
뱀털왕국 _173
허밍 _182
수다 _186
3월 _190
■책속에서
P.23
화살에 묻은 ‘척’의 독을 대못으로 받아 해독한 그가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손과 발에 못을 박은 이들을 용서해 달라며 저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고 했던 그가 내 심장을 만진다.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욕망의 굴레에서 자유를 찾는 법을 가르쳐 주옵소서. 심장에 박힌 화살이 녹아내린다.
P.48
여전히 나는 날고 있다. 날개도 없이 지팡이도 없이 허둥지둥 날고 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뒤뚱거리며 공중을 뛰고 있다. 허둥거리기 도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얼렁뚱땅 걷어치우는 중독을 멈출 수도 없고 잠잠한 나를 참지도 못한다. 태초를 잃어버린 손은 즉석 물건을 좋아한다. 깊은 우물의 두레박을 올려보지 못한 핏줄은 근본을 만들지 못해 단단히 뿌리박을 수 있는 시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P.80
술이 준 일탈은 불화음을 어울림으로 만들었다. 술은 평소에 나타내는 감정보다 몇 배를 더 나타내게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감정은 낭만을 만들고 우스갯소리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변하게도 한다. 우스갯소리는 낭만과 해학의 문학으로, 몸짓은 연극의 마당놀이가 되기도 하는가 싶다. 예술들은 아마 술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추억과 낭만과 생활의 철학이 술술 나오는 곳에 술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P.98
요즘 세상에는 밥상에 앉아서 내가 딸 앞으로, 딸이 사위 앞으로 밀어주는 접시, 밀려다니는 접시는 이젠 없다. 그렇지만 지금도 엄마의 자리는 이문이 남는 자리는 아니다. 자식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병이 깊어지는 자리다. 그래서 여자들은 가족을 사랑할 동지로, 만나면 그렇게 수다들을 내어놓나 보다. 그렇다면 밥상 수다는 더 길어져야 한다. 수다의 역사는 거룩한 역사가 되기 때문에.
P.134
이틀 뒤 그녀의 두 딸이 왔고, 한 달 뒤 그녀는 웃으며 두 번째로 머리를 손질하러 와 마칠 때쯤에야 입을 열었다. 원장님의 섬세한 손길이 마음에 들었으며 말없이 머리카락에 정성을 다하는 열정에 감동했다고 수줍게 웃는다. 세 번째 방문 때는 시집을 한 권 들고 와서는 그녀가 감동 받은 시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나는 사실 시에는 관심이 없지만 조용히 웃어 주었다. 그녀는 묵묵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침묵이 금이다’라는 옛말을 믿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모르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입을 다물 뿐이다. 때론 조용하게 웃기만 하는 것이 지성인으로 보인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남은 내 생애의 기록이 잡문이지 않기를 소망한다. 유월은 인생을 다시 꿈꾸게 하는 희망의 달이다. 나는 아직 유월에 있다.’
김숙녀 수필집 『유월 벽지를 바르다』는 작가로서의 꿈과 희망이 묻어 있다.
작가는 아직 예닐곱살 아이다. 동굴 입구에서 해작질을 하며 놀고 있다. 그래도 행복하다. 그 해작질이 동굴밖으로 나오는 일이며, 나의 형상을 갖출 수 있는 괴발개발이다. 글들이 와굴와굴거리더라도 나의 반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에세이스트 배정인은 말한다.
‘자신이 터널 안에 있음을 아는 작자의 심리적 희구는 떠남과 접속이 거듭하면서 일어나는 엇갈림을 극복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들의 밀어를 사랑하며 끝없이 꿈을 꾸고자 하는 이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다.’
‘글이 깨달음의 산물이기를 희망한다면 그것은 읽는 이의 마음 가운데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배정인이 본 김숙녀의 글짓기에 대한 통찰이다.
■뒷표제글
삶이 관계의 형성에 있다면 이 텍스트는 그 과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내 안에 네가 없고 네 안에 내가 없고, 내 안에 내가 없는, 이 잠재적 부재는 나를 채우는 존재물이다. 없음으로써 그 없음을 채우기 위하여 무언가를 찾아가는 그 혼란한 여정을 고민한다. 동시에 이 고민은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내가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을 전제하고 있다.
『유월 벽지를 바르다』는 심연의 동굴에서 밖으로 나오는 여정에 있다. 물론 동굴에는 어디쯤 있는지는 모르지만,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고, 문 바깥에는 그를 부르는 손짓이 있다. 잘 보면 이 동굴은 그저 어둡기만 한 밤의 동굴이 아니라 틴들의 터널이다.
자신이 이 터널 안에 있음을 아는 작자의 심리적 희구는 떠남과 접속이 거듭하면서 일어나는 엇갈림을 극복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딪힘에서 일어나는 파동, 파동에서 파생되는 메아리, 메아리는 돌아와서 무엇을 속삭이고, 이 속삭임에 대하여 응답하고 있다. 나는 혼자이기를 거부한다. 별들의 밀어를 사랑하며 끝없이 꿈을 꾸고자 하는, 이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다.
글이 깨달음의 산물이기를 희망한다면 그것은 읽는 이의 마음 가운데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 에세이스트 배정인
■출판사 제공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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